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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Challenge 2024 리뷰 (1/4) - 우리의 기획이 실패한 이유

GDSC Solution Challenge

 

GDSC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벤트 중 하나인 Solution Challenge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 솔루션 챌린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GDSC Core Member 면접을 준비할 무렵인 것 같다. 앞서 말했듯 핵심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GDSC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솔루션 챌린지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했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솔루션 챌린지는 전 세계 챕터의 학생 개발자들과 경쟁하는 대회이며 Top100 솔루션에 한해 구글러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두 번째로 놀랐던 것은 이 글로벌 순위에 한국 챕터의 팀이 상당히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역시 과제에 다져진 K-대학생이구나 하며 대단한 감정이 들면서도, 나 또한 Global Top100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학기가 끝나가고 대회 시작인 12월이 다가왔다. 이번 24년도 솔루션 챌린지는 23년도에 비해 제출 시작일과 마감일이 한 달 당겨진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12월은 아직 과제와 시험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팀 빌딩만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시험이 끝날 때 까지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존 3월 제출 마감일보다 2월 제출 마감일이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솔루션 챌린지는 UN에서 정의한 17가지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중 하나 이상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대회이며, 구현 단계에서 하나 이상의 구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독특한 점이다. 글로벌 순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는 총 50point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디어 부분이 25pt, 구현 부분이 25pt로 동일한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팀의 기술 스택이 부족하더라도 정말 가치있는 솔루션을 기획한다면 충분히 순위 안에 드는 것을 노려볼 만 하다는 뜻이다. 2023년 Top10순위에 들었던 두 팀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두 팀 모두 구현 측면의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가치있는 솔루션을 기획하기 위한 아이데이션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균형잡힌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특징을 보였다. 여기서 가치있는 솔루션이란, (1)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정말로 문제가 되고 있는가? (2) 기획하는 솔루션은 그 문제를 정말로 해결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솔루션을 의미한다. 가치있는 솔루션이라면 타겟 층이 작아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또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면 컨텐츠 규모가 작아도 상관없다.

 

 나는 솔루션 챌린지에 대한 (위와 같은) 사전 지식과 만들고 싶은 솔루션의 컨셉을 대략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팀원 모집은 수월했던 것 같다. 나는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보다 잘 하는 AI 파트 담당자가 필요했다. 다행히 같은 챕터에 인공지능 경진대회 성적을 다수 가지고 있는 형이 있어서 얼른 모셔왔다. 백엔드 파트는 우연한 인맥으로 합류했고, 프론트 파트는 정기 세션에서의 홍보 아닌 홍보? 로 모집되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역할로 참여하게 되었다.

 

 12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먼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 컨셉을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컨셉을 팀원에게 잘 설명해야 했다. 여기서 생긴 문제점은 내가 이 컨셉에 대해서 잘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물음표만 남은 어중간한 회의가 남게 되었다. 나는 왜 초기 아이디어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 같다. 첫째로, 아이디어 컨셉이 너무 포괄적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컨셉은 "장애인과 그 주변 사람들이 정보의 부족 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갔던 이유는 곧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최대한 개발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너무 범위가 넓어 여러 번의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야 했으므로 결국에는 무의미했다. 두 번째는 주제의 복잡성 및 민감성이 있다. 장애인 관련 분야는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영역이고, 잘못된 접근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따라서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기 힘들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내가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제 사용자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영향을 끼쳤던 것은 시기적인 요인이다. 나는 12월13일 까지 기말고사 기간이었고 19일 까지도 여러 일정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견고하게 준비하기에는 힘에 부쳤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핑계일 지도 모른다.) 

 

 만약 12월17일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선택지는 두 가지 인것 같다. 전략을 수정하거나, 기존 전략을 강화하거나. 나의 전략은 "초기 아이디어 결정을 통한 충분한 개발 기간 확보"였다는 것을 상기하자. 먼저 전략을 수정한다는 것은 초기 아이디어를 결정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이다. 이것의 장점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려할 수 있고 각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다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서로 다른 영역에서 구상한 아이디어가 결합되기도 하면서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전략을 강화한다는 것은 초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이어지는 프로젝트 기획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팀의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이 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성향은 개개인마다 다르기에 이미 정해진 기획에 따라 개발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상황을 선호하기도 한다. 오히려 PM 입장에서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기획이 팀 회의 과정에서 수정되기도 하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도 모든 순간에서 수동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맞는 전략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의 제약 조건 혹은 한계점을 알아야 한다. 전자의 경우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등의 변수 창출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마인드 맵, 유저 스토리 맵과 같은 체계적인 기법을 사용한 아이데이션이 필수적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체계 없는 대화의 연속은 결코 프로젝트 기반을 견고히 다질 수 없다.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팀원의 성향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향인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성향을 가진 사람도 존재하기 마련인데, 만약 말 수가 적은 사람이 다수라면 브레인스토밍을 한다고 해도 인출되는 아이디어의 양 자체가 적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개발 기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획자는 나름 최선을 다해 기획했지만 역량 부족으로 처음부터 다시 기획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것은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까? 사실 이것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중간한 것 보단 확실한 것이 유리하다. 나는 의도에 비해 너무 얕게 기획했고, 의미없는 아이디어 회의를 반복했으며 팀원을 한 가지 주제에 얽매이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기획이 지연됨에 따라 촉박한 시간 속에서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실패에는 많은 요인이 관여하고 있지만, 미래의 내가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이 글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내가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진행했는지를 순차적으로 나열하며 살펴볼 예정이다.